삼성네트웍스의 이동전화 간접 접속 상품인 ‘감’ 소식이 감감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꿩 구워 먹은 듯 입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1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감’과 매한가지인 우리텔의 ‘다이렉트콜서비스’를 ‘편법’으로 규정한 뒤 방통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이다.
방송통신 ‘전문’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위의 일반 경쟁 규제에 선수를 빼앗긴 것. 특히 ‘감’과 같은 이동전화 간접 접속상품이 전기통신사업법을 비롯한 기존 규제 틀 안에서도 ‘수용 가능하다’는 실무 검토까지 이루어진 바 있어 방통위의 선택에 시선이 모였다.
정완용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이와 관련, “(감을) 검토하면 할수록 풀리지 않는다”면서 “통신사업자에게 ‘투자’하도록 할 것이냐, ‘요금’을 내리도록 할 것이냐를 정해야 하는 (규제) 철학의 문제”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감’을 허용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에 부응하자니 그동안 펼쳐온 통신기업 투자촉진 정책에 장애가 되고, ‘감’을 막아 투자를 유도하자니 요금 인하가 어렵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공정위처럼 ‘감’을 막을 경우 “친기업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들어야 할 처지다.
‘감’은 이동전화 소비자가 SK텔레콤 무선인터넷을 통해 간접 접속 관련 소프트웨어를 휴대폰에 내려받은 뒤 온세텔레콤 080 망이나 삼성네트웍스 자체망을 통해 발·착신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상용 판매되면 당장 소비자 1인당 20∼30%씩 이동전화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예측이다. 작년 5월 삼성네트웍스가 이 같은 장점에 주목, 시장에 ‘감’을 선보였으나 SK텔레콤의 ‘역무(사업영역) 침해’ 주장과 맞닥뜨리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고, 1년여째 방통위만 쳐다보는 상황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계속 ‘감’을 외면하면 할수록 방송통신 규제·정책의 예측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