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1부)③누가 독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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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역기능 가운데 하나는 사행성이다. 사행성을 노린 게임 세상의 독버섯은 이른바 오토라고 불리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이다. 특히 게임 장르 중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은 자동사냥 프로그램에 의한 폐해가 더욱 심하다.

 온라인롤플레잉게임은 자신의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키우고 그 캐릭터를 보다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생기게 한다. 이 점을 파고드는 자동사냥 프로그램 판매업자야말로 게임의 독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오토 제재에 적반하장=최근 엔씨소프트에서는 시끄러운 소동이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한 4만5682개의 리니지 계정을 압류하는 파격적 조치를 취하자 여기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 고객지원실에서 집단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미리 통보도 없이 계정을 압류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약관 내에 분명히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그에 해당하는 제재 조치가 가해진다는 규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자동사냥 프로그램 사용자를 방관하던 엔씨소프트가 눈 가리고 아웅한다”며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다수의 네티즌은 “엔씨소프트가 이번 리니지 계정 압류로 입은 금전적 손실은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눈속임을 하기 위해 이 많은 돈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게임 세상의 독버섯=이처럼 명백한 제재 대상인 사용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너무도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게임머니를 모아 판매하는 일명 ‘작업장’들은 자동사냥 프로그램의 온상이다. 이들은 온라인롤플레잉게임에서 돈벌이가 되는 사냥터를 모두 독차지하고 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싹쓸이한다.

 대규모 작업장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수억원대에 이른다. 작년 말 무려 420억원 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게임머니를 국내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거쳐 현금화한 후 이를 다시 중국으로 밀반출해 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일당도 이 같은 작업장을 이용했다.

 여기에서 흘러나온 게임머니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유입돼 점점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모래지옥 역할을 한다.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까지 이를 모방해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쓴다. 더 많은 게임머니를 모아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려는 욕심이 초래한 일그러진 모습이다.

 결국 자동사냥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축적된 게임머니는 사행성과 배금주의를 게임 이용자에게 퍼지게 만들 뿐 아니라 심하면 게임 중독으로까지 빠지게 만드는 독버섯이다.

 ◇법 개정으로 처벌 근거 마련=“자동사냥 프로그램은 기업의 영업을 방해하는만큼 산업의 저해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에 법적인 조치를 담았다. 수출 강화와 더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열린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문화부 장관이 온라인게임을 망치는 주범으로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지목하고 강한 근절 의지를 피력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폐해는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게임법 개정을 통해 자동사냥 프로그램의 제조와 배포 자체를 불법 행위로 규정할 방침이다. 업계 역시 게임산업협회와 인터넷기업협회가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업계는 이미 자동사냥 프로그램과의 싸움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막는다 해도 법적인 제재가 없어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법으로 제재하면 실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문화부의 자동사냥 프로그램 근절 의지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