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지난해 전 세계 1130명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조사 결과 세계 각국의 CEO들은 ‘변화에 대한 갈망’ ‘고객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혁신’ ‘글로벌 통합’ ‘파괴적인 특징’ ‘단순히 관대한 기업이 아니라 진심이 우러나는 기업’의 다섯 가지 키워드를 미래기업의 핵심적인 가치로 인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CEO들의 83%가 미래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76%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고객과 소비자가 향후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체 CEO의 64%가 광범위한 글로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성과가 높은 조직일수록 그들의 기업과 산업모델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공헌도 역시 중요한 키워드로 뽑혔는데, 전체 CEO의 69%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 CSR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미래 기업이 이 같은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게 IBM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 핵심 가치를 기업경영에 구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CEO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IBM이 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로 뽑은 다섯 가지 키워드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변화’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겠지만 변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해야 한다는 명제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CEO의 관리 능력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이른바 ‘변화의 간극(체인지 갭)’이다. 변화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능력에 비해 자신이 현재 갖추고 있는 능력이 낮을수록 ‘변화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은 ‘변화의 간극’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변화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기업이 감당하는 것이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변화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 바로 CEO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해서 CIO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CEO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조직과 기업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CI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CIO는 단순히 변화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CIO는 기업을 위한 IT서비스 제공자로서 자사의 IT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및 인프라를 미래의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민첩하고 자동화된 환경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또 CIO는 IT 부문의 리더로서 IT 조직을 기업의 나머지 부분을 위한 모델로 혁신하고, 미래의 기업을 구축하는 데 비즈니스 부문의 완전한 협력자가 돼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CIO는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기술’의 전문가로서 ‘미래의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는 데 CEO의 든든한 협력자가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IBM이 정의한 CIO의 역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CIO들이 변화의 기폭제가 되기보다는 ‘변화의 추종자’가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불황기에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첨단 IT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불황기일수록 IT와 비즈니스의 접점을 찾는 CIO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장길수 CIO BIZ+ 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