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의 주요 반도체업체를 통합한 지주회사 설립은 흡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리눅스 진영을 연상시킨다. MS의 소프트웨어 시장 독점적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리눅스 진영의 창설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MS의 시장 장악은 위협이 될 뿐, 경쟁 상대로 부각됐다고는 할 수 없다. 여전히 MS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그 지위 역시 막강하다.
주목할 것은 진영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진영은 여러 개체가 모여 하나의 군단을 만드는 형태다.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여럿이 힘을 합쳐 대항하는 것이다. 이번 D램 업체의 지주회사 설립 역시 진영을 짰다. 견제 대상은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다.
그만큼 한국의 D램 반도체 업체들이 무서운 존재이자 견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진영을 구축해 봐야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에 못 미친다. 하이닉스와 합친다면 한국 D램 반도체 업체의 시장 장악력은 그들과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문제는 일본과 대만 정부의 적극성이다. 엘피다는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에 우선주를 발행하는 형태로 올봄에 수백억엔 규모로 자기자본을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일반기업이 공적자금 지원을 신청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적자금을 요구할 만큼 국가적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 지원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D램을 기간산업으로 삼은 대만 당국은 작년 말부터 역내 업체와 일본 업체의 재편을 전제로 각 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해왔다.
기업 간 경쟁이지만 국가적으로 볼 때 한국에 맞서기 위해 일본·대만이 연합해 공격하는 형국이다. 시장과 기술에서 앞섰다고 여유를 부리다가 전세가 역전되는 기막한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해도 긴장해야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