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제조사·이동통신사를 상대로 2세대(G) 복제폰인 이른바 ‘전지현폰’ 실태조사를 벌인다. 2G 휴대폰의 주민번호라고 할 수 있는 전자식 고유번호(ESN:Electronic Serial Number)가 허술하게 관리되면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심각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SN은 개별 휴대폰의 고유번호로 이를 복제하면 같은 식별번호 단말로 인식한다.
방통위는 최근 불거진 휴대폰 불법 복제와 관련, 제조사와 이통사에서 2G 휴대폰의 ESN을 규정대로 관리했는지 점검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방통위는 실태 조사와 아울러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진행하는 휴대폰 불법 복제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G 휴대폰은 ESN 조회 및 복제가 가능하지만 3G 휴대폰은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로 인식해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ESN이 숫자로 구성된 반면에 USIM의 식별 체계는 회로로 설계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고 인지하더라도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행 법률상 ESN 관리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공동 책임을 진다. 삼성·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는 무선설비규칙 82조 3항에 따라 ESN에 접근 시도나 복제가 있으면 자동 삭제되는 프로그램을 탑재해야 한다. 전파법에 따라 이통사는 휴대폰이 복제됐더라도 사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방통위는 일단 제조사 책임이 큰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는 지난 2005년 3월 이후 출시 단말에 대해 ‘A Key’라는 인증 알고리듬을 탑재, 복제폰이 만들어졌더라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또 불법 복제 탐지시스템(FMS)으로 정상 가입자의 불법 복제 피해를 방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조사는 ‘전자적 고유번호가 변경되지 않도록 하거나 변경을 시도하면 삭제되도록 할 것’이라는 무선설비규칙 항목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전체 이통 가입자의 94%에 해당하는 2005년 3월 이후 출시된 2G 단말기 이용자와 모든 3G에는 복제폰을 자동 탐지·차단할 수 있는 A key가 탑재돼 있다”면서 “복제폰을 활용해 전화를 걸거나 받으면 이통사 인증시스템에서 정상 가입자를 확인하는 인증 절차를 수행하고 있어 복제폰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사건이 이동통신 가입자 3G 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3G폰이 상대적으로 복제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정부나 이통사가 3G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3G 주파수 추가 할당 등의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