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떼쓰기엔 맞대응이 답이 아니듯

[통일포럼]떼쓰기엔 맞대응이 답이 아니듯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은 상호 신뢰보다는 불신의 연속으로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런 말을 하면 현 정부는 대북 기조를 바꾼 것이 없고 오히려 북한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어느 일방만의 잘못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최근 북한은 계속적으로 남한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해오고 있다. 지난 12월 국방위원회 정책실 국장 등 군부 일행이 개성을 방문해 ‘개성공단 없이도 잘살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시작으로 올해 1월 17일 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변인을 통해 “남북 전면대결 상태 진입”이라는 극단적인 말로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30일에는 조평통의 성명을 통해 남북 간 모든 군사합의를 무효화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있는 듯하다. 이러한 선언들이 당장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라도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북한은 흔히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하는 대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미국과의 협상에서 극한의 모험주의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도 이러한 측면의 연장에서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사실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에서 남과 북은 이미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남북대화와 남북경협의 필요성도 결국에는 우리의 국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기 때문이지 북한에 대한 인도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예측 불허의 행동을 보이고 국제 사회의 통제가 불능한 상태로 상황이 악화된다면 그 직접적인 피해는 우리가 받게 된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의 강경 기조에 우리가 동조해 같이 강경한 태도로 북한을 대하게 된다면 기분상 좋기는 하겠지만, 실익이 전무한 행동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비핵화 부문만 보더라도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이고, 개방에는 체제 붕괴와 내정 간섭이라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도 지난번 원탁회의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잘 되기 바란다는 말을 했다. 북한이 최근 강경 태도를 보였지만 우리 정부는 과거와 달리 맞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점은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남북관계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가 결코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한미 관계에서도 우리가 한미 동맹을 이야기하지만 국력 차이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인정하면서 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결국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국제사회에서 남북은 국력의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이는 남북관계 속에서 우리가 우월적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이 많은 집안의 장손과 막내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좀더 성숙한 맏이가 막내보다는 당장의 계산에서는 손해를 볼지 몰라도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같이 싸우게 되면 결국 맏이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북측도 남측의 상황을 이해해서 남측을 자극하는 발언은 삼갔으면 좋겠다. 이런 신뢰 속에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실무회담을 열어 서로의 진정성을 이제는 한번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상생 공영의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것이 기본자세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