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위기 극복은 녹색성장 기술로

[월요논단]위기 극복은 녹색성장 기술로

 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전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

 

 지난 2월 8일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세계은행(월드뱅크) 주최 워크숍에는 가나·케냐·마다가스카르·모잠비크·나이지리아·르완다·세네갈·탄자니아 8개국에서 많은 대표가 참석해 진지하고 열성적인 학습과 토론이 벌어졌다. 각국의 고급 과학기술 관료와 학계·산업계에서 선발돼 온 이들은 세계은행의 NESAP-ICT(New Economy Skills for Africa Program-ICT), 즉 정보통신기술로 아프리카 경제를 높이는 기량을 습득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새 정부의 MB 577 과학기술기본계획, 신성장동력 추진계획 및 저탄소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과 포스텍(POSTECH)의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세계은행 책임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매우 의욕적인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또한 아프리카 각국 대표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마워 했으며 앞으로 국제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도 했다.

 세계은행의 이러한 프로그램은 세계 공동 번영에 커다란 공헌을 할 수 있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사한 사례 한 가지를 이곳에 소개한다. 1980년대 중반에 중국 교육성은 ‘지방대학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실천에 옮겼다. 그 일환으로 옌볜대학의 컴퓨터 분야 평가와 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1990년 7월 초청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옌볜대학에는 컴퓨터학과는 없었고 전자계산기중심(Computer Center)만 있었으며 학문적으로나 기술 면에서 수준이 매우 낮았다. 한 달간 옌볜대학 초대소에 머물며 수학 등 관련학과 교수와 주변의 과학기술 연구소 연구원을 대상으로 컴퓨터 그래픽스, 시뮬레이션 등 5개 과목 강의를 했다. 한편 컴퓨터학과 설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해 설립 필요성을 중국 정부에 추천한 바 있다. 지금 옌볜 지역의 IT,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은 괄목할 만하게 발전했으며 한국 기업의 아웃소싱 대상이 된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중국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는 대부분 과학기술계 인사로 구성돼 있으며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를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 외국의 저명한 과학기술자나 자국의 유능한 해외동포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 개선과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 차원의 위기다. 그러나 과거 여러 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우리 국민은 ‘가능성 사고(Possibility Thinking)’를 가지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과학기술 특히 녹색성장기술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본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기적을 이룩한 것도 돌이켜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기술 중시와 중화학 공업에 기초를 둔 산업 부흥 정책에 기인했다 할 수 있다. 다만 다급한 나머지 기초과학을 소홀히 했고 환경문제를 등한시했으며 1970년대 초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누차 제안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미국의 경영전문 저술가 세스 고딘은 ‘안전한 길이 위험한 길이며, 위험한 길이 안전하다(Safe is Risky, Risky is Safe)’고 말했다. 지금의 이 위기가 녹색성장 원천기술 확보로 인해 안전한 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