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중·일 삼국 대결이었던 세계 2차전지산업의 경쟁 구도가 미국 대 아시아기업 간 배터리 전쟁으로 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바마 정부가 전기자동차 육성을 내세우면서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미국 IT업계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 배터리 자주권 확보를 위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2012년까지 ‘미국 전지자동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미국 2차전지업계에서는 핵심 기술인 리튬이온전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출범한 250억달러 규모의 연방 기술기금(Advanced Technology Vehicle Manufaturing Program)의 일부를 2차전지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중 20억달러를 리튬이온배터리의 연구개발과 공장 건립용 지원 자금으로 유도하기 위한 설득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2차전지업체인 에너1(Ener1)은 연간 60만개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해 정부 대출이 필요하며 경쟁업체인 A123은 미시간주에 자동차 전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18억달러의 자금을 구하고 있다.
최근 CNN과 비즈니스위크 등은 미국 주요 전지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잇따라 실었다.
CNN은 석유 독립을 위해 추진하는 오바마 정부의 전기자동차 육성사업이 리튬이온전지 분야 수위를 달리는 아시아기업에 자칫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아시아기업은 대형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수억달러의 자금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와 석유 가격의 인하 등으로 배터리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기업들이 성공한 이유는 정부와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2차전지업체인 에너1의 찰스 A 가슨하이머 CEO는 “새 정부의 정책으로 4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전지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시장 확대의 실익을 누가 챙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