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미국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현금 없이 상대방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무형 자산을 교환하는 ‘바터(barter)’제도가 각광받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소규모 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하는 대안의 하나로 과거의 가치 교환 방식인 물물교환, 즉 ‘바터’에 주목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비스도 호황을 맞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바터 관련 단체인 국제상호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바터’ 형태의 거래를 한 기업은 25만개에 달했다. 이들 거래의 가치는 총 160억달러(약 23조1200억원) 이상이다.
특히 지난해 소규모 기업간 거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지난 2007년 100억달러보다 늘어난 11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총 127억달러 가치의 바터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협회 측은 전망했다.
일부 기업들은 직접 거래 대상을 찾아 각사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물품 등을 교환하지만 최근들어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을 온라인 상에서 연계해주고 건당 5∼6%의 수수료를 받는 회원제 전문기업들도 늘고 있다.
조지아주 ‘누바터닷컴(NuBarter.com)’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6만4000달러로, 1분기 28만5000달러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 6개월간 바터 거래 건수도 기존 월 310건에서 650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시애틀의 ‘비즈익스체인지(BizXchange)’의 회원 기업 수와 거래 건수도 지난해 각각 40%, 55% 늘었다.
플로리다주 바터 전문업체인 ‘플로리다바터닷컴(Floridabarter.com)’의 스캇 휘트머 사장은 “지난해 회원수가 25%나 늘었다”며 “신규 회원 중 건설과 부동산 분야 기업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바터 전문 업체에 일종의 당좌예금 형태의 계좌를 개설해두고 온라인 디렉토리에서 적합한 거래 대상자를 물색함으로써 물물교환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돈줄이 마른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도 바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샌디에고주립대학 기업경영센터의 카르멘 비안키 교수는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경기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바터거래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