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의 온상으로 취급받던 웹하드와 P2P 서비스가 합법화와 유료화 전환을 시도해 새로운 유통창구로서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거 저작권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나 저작권자와의 합의 등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17일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 7층 대회의실에서 본지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동 주최로 열린 ‘저작권 클린 포럼’에서는 웹하드와 P2P 서비스를 이용한 디지털콘텐츠의 합법적 유통 모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 자리에서 양원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회장은 ‘P2P 웹하드 합법 서비스 모델 유형 분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양 회장은 “작년 4월 처음 시도된 P2P 및 웹하드를 통한 유료 콘텐츠 판매 실적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며 “이 추세라면 올해 상반기 말에는 웹하드와 P2P를 통해 유통되는 유료 콘텐츠 시장이 지금보다 5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양 회장은 또 “인기가 높은 킬러 콘텐츠 한 편은 현재 웹하드와 P2P 시장에서만 35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 회장은 “개별 기업이 저작권 정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해시값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저작권 누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모니터링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포럼에 나온 업계 관계자들은 웹하드와 P2P 기업의 양성화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기술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김주엽 뮤레카 대표는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대부분이 디지털저작권관리(DRM)가 없는 파일이라 기술망을 피해갈 변종 파일이 생성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다 높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서영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DRM이 없는 콘텐츠가 유통될 때를 대비한 저작권 보호 기술을 개발 중이며 상용화에 가깝게 만들었다”며 “기술을 위해 시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시장의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저작권자들은 아직도 만연한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양원호 DCNA 회장은 영화제작가협회 등 저작권 단체들과 공동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심장섭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은 “저작권 산업 환경이 변하고 있고, 시장을 창출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리라 믿는다”며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