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후지쯔의 적자투성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부를 인수한다. HDD 시장 만년 4위로 고전하던 도시바는 몸집불리기를 통해 시장 선두 업체인 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WD)과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해 2분기까지 후지쯔의 지분 8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쥘 예정이다. 협상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도이치뱅크그룹은 수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바는 합병을 통해 2013년 3월까지 매출 6000억엔(약 9조5000억원),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가 후지쯔의 HDD 사업을 집어 삼키면,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현재의 두배 수준인 16%가 된다. 지난해 17% 점유율로 HDD 업계 3위인 히타치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씨게이트가 31.8%로 1위, WD가 26.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유이치 이시다 미즈히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합병은 포화 상태인 HDD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시장 점유율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하다. 후지쯔의 HDD사업부는 올해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2400억엔(3조8000억원) 매출, 500억엔(79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히타치는 2002년 IBM의 공장을 인수한 뒤 만성 적자에 빠졌으나, 11% 인원 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을 통해 2008년 1분기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HDD 시장 규모는 326억달러(약 47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JP모건은 올해 경기침체와 업체 간 경쟁 격화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19% 줄어 263억달러(약 38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HDD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점유율 늘리기에 매진해왔다. 씨게이트는 2007년 맥스터와, WD는 지난해 부품업체 코막과 합병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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