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 급변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방송사들이 산업·경쟁 논리 이외에 지역성과 공공성을 고려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쟁과 규제완화’에 중점을 둔 미디어 개편 과정에서 지역방송의 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지역특화 종합편성 채널사용사업자(PP) 설립, 전파료 배분비율 현실화, 편성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8일 지역방송협회·지역민방협회에 따르면 지역방송사가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민영 미디어랩 도입과 종합편성 채널사용사업자(PP)의 출현 가능성 등 두가지다. 일단 지역방송사들은 두가지 사안에 대해 모두 공식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은 이미 헙법 불일치 판정을 받았고 종편PP도 지배구조에 대한 공방이 있을뿐 설립자체에 대한 물꼬는 트여있는 상태다.
지역민방협회 관계자는 “민영 미디어랩 도입 이전에 취약한 지역방송에 대한 보완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종편PP 역시 법적으로 전국에 의무송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방송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며 사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미디어랩과 관련해서는 지역방송사 사이에도 입장차가 존재한다. 지역 MBC의 경우 미디어랩이 도입되더라도 민영 미디어랩보다는 공영 미디어랩 쪽에 포함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랩 체제 구성과 MBC본사의 입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민방은 미디어랩 도입을 가정할 경우, 지역방송에 대한 배려나 한시적 우대 조건 등이 반드시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19개 지역 MBC 측은 지역성을 강조한 별도의 종편PP 설립도 제안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2개 가량의 종편PP 설립을 목표로 한다면, 하나는 시장과 산업 논리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더라도 또 다른 하나는 지역 공익성을 강조한 ‘지역 종편PP’형태로 구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MBC 관계자는 “경제성 여부를 떠나 지방자치단체·지역기반 공기업·지역 미디어 등이 참여하고 일부 국민주를 발행하는 형태의 지역종편PP에 대해서는 논의를 확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방송사들은 이밖에 여러 정책 변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중앙 지상파방송과 지역방송을 묶어 광고를 판매하는 연계판매제도의 유지와 함께 현재 중앙과 지역방송이 나누는 광고료의 수신료 배분도 현재 76대 24 수준에서 6대 4정도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현행 23∼31%로 묶여있는 지역방송 자체편성 비율도 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했다. 다 플랫폼 시대로 방송수신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역방송에만 의무 자체 편성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또 지역방송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수도권에서 방영할 경우, 이를 외주제작물로 인정해 지역방송에서 만든 콘텐츠의 노출도를 높이고 제작비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지역방송의 정책개선 요구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지역방송의 현황에 대해서는 파악중이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다만 타 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분이 있고 타 부처와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는 만큼 모든 것이 수용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표. 지역방송 정책 건의 및 요구사항
구분 내용
광고연계판매 지역방송 보호를 위해 유지 또는 확대
광고수신료 현실화 지역방송에 대한 광고 수신료 배분 확대 개편
지역기반 종편PP설립 지역성·공공성 살린 지역기반의 종편 설립 제안
자체편성비율 완화 지역방송의 의무 자체편성 비율 완화 또는 폐지
지역 콘텐츠 외주제작물 인정 노출도 확대와 제작비 마련 차원에서 도입
※자료:지역방송협회·지역민방협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