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중계기 협력사 구조조정

 KTF가 지난해 납품비리 사건으로 불거졌던 문제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중계기 협력사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 15개인 협력사를 내년까지 경쟁사인 SK텔레콤 수준의 8∼9개로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협력 시스템 구축이라는 KTF의 목적과는 달리 협력사들은 또 다른 업체 길들이기로 받아들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KTF에 따르면 회사 규모상 현재의 중계기 협력사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축소, KTF와 협력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중계기 협력사를 대상으로 장비별 아이템 확대를 위한 추가 장비 개발을 요구했다. 공급업체 수를 줄이는 대신 업체당 공급 품목을 늘리기 위해서다. 업체 수를 줄이는 대신 전문 협력사를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미 각 업체별로 기존 공급 제품 이외의 개발 품목에 대한 지침까지 내렸다. 15개 해당 업체들이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 품목은 약 115개로 알려졌다. 업체 별로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15개 품목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이들 업체들에게는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의 장비 시험평가(BMT) 기회가 주어진다. 이 평가에서 인증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 KTF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추가로 배정된 품목에 대한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에 공급하고 있던 제품 공급권까지 잃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15개인 협력사를 연말까지 10여개로 줄이고, 내년에는 8∼9개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KTF의 방침에 협력사들은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기보다는 또다른 방식의 업체 줄세우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급사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전제되어 있지만,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다.

 KTF가 평가에 따른 구매 보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투입이 선행돼야 하는 신규 품목 개발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협력사들은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제품에 따라 수억원씩 소요되는 개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같은 하소연에는 KT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KTF의 정책방향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포함돼 있다.

 한 마디로 미묘한 시점에 이상한 방식으로 구조조정 방침이 진행된다는게 업체들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KTF 관계사의 중계기 사업 진출을 위해 기존 협력사를 정리한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현 경제상황에서 구매 보장도 없는 개발에 업체당 수억∼수십억원씩 추가 투자하는 건 큰 부담이 따르지만 협력사는 회사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에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KTF 관계자는 “업체들의 다양한 불만은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공정한 평가를 진행해 우수한 협력사를 선별하는게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