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정보화 잇단 유찰 대책 세워라

 최근 들어 굵직굵직한 정보화 프로젝트가 잇따라 유찰됐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경기 위축을 염려해 비교적 큰 프로젝트를 조기 발주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유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의 정부통합전산센터 하드웨어(HW) 자원통합 사업은 세 번째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금액도 적지 않은 163억원 규모다. 74억원 규모의 법무부 형사사법통합정보 구축사업도 유찰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디지털교과서 사업도 규모가 107억원에 이르지만 두 번이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민간부문 시장이 위축되면서 생존게임 양상으로 내몰린 기업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외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저가입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탓이다. 그동안 업체들은 공공부문 사업은 레퍼런스사이트 확보 측면이나 이후 프로젝트와의 연속선상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입찰에 응해왔다. 공공부문의 손실을 민간 부문 이익으로 보전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올해 민간부문 IT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공공부문 사업의 손실 부문을 메울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수익성이 맞지 않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 기업 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는 정부당국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일선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다. 윗선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조기발주를 강력하게 주문하면서도 예산낭비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상반된 논리를 강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공 발주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더욱 면밀하게 점검해 문제가 되는 관행은 바꾸고 모자라는 부문은 보완하고 채워주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