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은 완료형이 아니다

 청와대가 지난 1년간의 성적표를 내놨다. 자기평가항목에 “국제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우리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공조에 주력, 잇단 성과를 거뒀다”고 썼다. 성적표를 들여다보니 569건의 개혁입법 제출, 총 1249개 대상 과제 중 1202개에 걸쳐 규제개혁을 완료했다. 96점(%), ‘A’학점을 스스로 매겼다.

 중앙 행정기관 11개, 위원회 273개가 축소되고 폐지됐다. 출범 시 내놓았던 100대 국정과제 950개 세부실천과제 중 2008년 224개 과제를 완료, 91% 실행률을 기록했다. 이것도 ‘A’학점이다.

 A학점을 받고 싶겠지만, 청와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평가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 1202개 규제개혁과제를, 국정과제 중 올해 목표로 한 247개 세부실천과제를 ‘완료했다’고 성급히 평가하는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전봇대를 뽑아 놓고 다 끝냈다고 하는 것과 같다. 기업은 이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규제를 없애고 나면, 매출과 비용절감, 각 영업라인 등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제도 하나 없앴다고 ‘완료’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

 규제를 없앴다고 경제가 살아났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규제개혁 목적은 규제를 없애는 게 아니다. 규제를 없앤 다음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몇 개 없애놓고 ‘규제개혁을 완료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규제를 없애는 행위는 규제개혁의 완료가 아니라, 시작이다. 전봇대를 뽑고 그 자리에 자동차를 다니게 하고, 전봇대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던 기업을 입주시켜, 돈을 벌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 규제개혁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았다. 9개 핵심사업에 총 50조원이 투입되는 녹색성장과 17개의 신성장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업전략을 발표했다고 A학점을 주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