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텔, 알테온사업부 라드웨어에 매각

매출 한국서 30% 발생... 사업 조절 불가피

 지난 1월 14일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간 노텔네트웍스가 ‘L4-7스위치(옛 알테온 제품군)’ 사업 부문을 이스라엘 기업인 라드웨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텔이 LG전자와 설립한 국내 합작법인 ‘LG-노텔’의 지배 구조와 사업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텔은 23일 라드웨어에 알테온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매각 결정은 파산보호신청 이전부터 진행돼온 사안이었다는 점과 매각 대금이 노텔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노텔이 2000년 IT 버블 당시 알테온을 인수하면서 들인 금액(1조원 이상)의 20∼30% 수준인 2000억∼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뉴스의 눈>

 이번 매각은 국내 합작사인 LG-노텔의 지배 구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라드웨어 한국지사와 LG-노텔 간의 사업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라드웨어가 인수한 옛 알테온 제품군의 매출 중 30%가 한국에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LG-노텔, 라드웨어코리아간 사업 조정 불가피=노텔의 알테온 사업부문 매각으로 인해 LG-노텔과 라드웨어 한국지사 간 사업조정이 불가피하다. 노텔이 라드웨어에 매각한 L4스위치 부문은 현 라드웨어코리아의 사업부문과 대부분 중복된다. 라드웨어 본사로선 효율적인 방향으로 구도 변화를 꾀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브랜드, 영업망, 다른 제품과의 시너지 등서 강점이 있는 LG-노텔에 무게 중심이 실릴 수 밖에 없다. 라드웨어코리아의 인력이 7∼8명에 불과하다.

 실제 라드웨어는 노텔과 알테온사업 인수협상을 진행하면서 최고경영자가 극비리에 여러차례 방한, LG-노텔의 경영진과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LG-노텔과의 관계를 중시했다. 알테온사업의 한국 비중이 30%에 달하는 데다 LG 브랜드를 갖춘 LG-노텔과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시너지 창출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휴일인 22일에도 LG-노텔과 라드웨어 본사간의 협상은 계속됐다. 협상 당사자인 LG-노텔은 막판 조율만 남겨뒀을 뿐 조만간 타결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라드웨어코리아가 전하는 본사의 입장은 다르다. 본사는 LG-노텔이 라드웨어의 정책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악의 경우도 매출 등 재무 관리라도 라드웨어코리아가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양측의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업만 놓고 보면 LG-노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라드웨어에 유리하지만, 인수 주체인 라드웨어가 과연 주도권을 LG-노텔에 줄 지 미지수”라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LG-노텔 지분 변화 가능성은 ‘미미’=이번 매각이 노텔의 LG-노텔 지분 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 노텔의 캐리어(통신사업자)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알카텔-루슨트·에릭슨·노키아-지멘스·화웨이 등 다양한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최근 노텔이 전력을 기울였던 버라이즌에 대한 LTE 장비 공급이 실패하면서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술과 북미 시장 내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LG-노텔이라는 끈을 통해 세계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인 LG전자와 형성되는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국내 통신 시장,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진출 기회는 덤이다.

 이 때문에 노텔이 LG-노텔의 지분을 쉽게 매각하지 못할 전망이다. 노텔이 최대 자산인 캐리어 사업부 매각을 위해 ‘LG-노텔’ 지분을 협상의 키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많은 다국적기업이 한국지사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LG-노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LG-노텔은 벤츠(노텔을 비유) 차량의 엠블럼”이라며 “캐리어 사업부 매각을 위해 노텔이 LG-노텔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