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칩 사업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던 인텔과 엔비디아가 결국 법정으로 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최근 엔비디아가 인텔의 새 프로세서인 ‘네할렘(Nehalem)’을 활용해 그래픽칩을 만드는 것은 위법이라는 소송을 냈다고 22일 전했다. 척 멀로이 인텔 대변인은 “엔비디아와 오랫동안 끌어 온 논쟁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이제 법원이 결정해 줄 때”라고 말했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2004년 프로세서(CPU)와 그래픽칩 사업에 대한 협정을 맺었다. 엔비디아가 통합 메모리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인텔의 프로세서를 활용해 그래픽칩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협정의 요지다. 인텔은 새 프로세서인 네할렘은 이 계약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외신은 인텔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데는 네할렘에 와서 더 이상 엔비디아와 협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네할렘은 프로세서에 메모리 콘트롤러와 그래픽칩을 함께 설계했다. 엔비디아가 여전히 그래픽칩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지만 인텔 입장에선 엔비디아의 힘을 빌릴 이유가 없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인텔은 그들의 사업과 관련한 경쟁사업, 경쟁자는 모조리 묶어두려 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쇠해가는 CPU사업 대신 인텔이 그래픽칩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2007년 ‘라라비’를 통해 새 영역인 그래픽칩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그래픽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CPU에 자사의 그래픽칩을 묶어 팔려는 전략을 노골화하면서 양사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엔비디아도 휴대기기용 프로세서 ‘테그라’로 인텔의 텃밭인 휴대용인터넷기기(MID)에 진출하면서 앞으로 양사의 신경은 더욱 곤두설 태세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