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 집 초인종을 누르는데 남편이 부엌칼을 든 채 현관을 열어준다. 저녁 준비 하느라 바쁘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는 양 당당하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남편이 든 부엌칼은 저렇게 우스운데 저 칼을 강도가 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황당한 상상을 한다. 오금이 저려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칼이 무서운 게 아니라 누가 들고 있느냐,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무서운 것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아무리 무서운 것을 들고 있어도 안심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부드러운 것을 들고 있어도 무섭다.
리더십도 그렇다. 리더에게 신뢰가 있어야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움직인다. 리더의 권력과 의사결정 과정에 신뢰가 없으면 의심과 두려움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다. 회사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저 말을 왜 했을까?’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면 어쩌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등의 생각을 한다. 구성원은 일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회사 보고 입사했지만 관리자 보고 퇴사한다. 리더십의 가장 기초공사는 구성원과 신뢰 쌓기다. 신뢰 쌓기는 쉽지 않다. 신뢰란 하루아침에 기술로 포장해서는 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아무리 귀여운 표정을 지어도 무섭지만 토끼는 아무리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귀엽다.
존 코터 교수는 리더십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며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지식이라고 했다. 신뢰는 삶의 여정 속에서 리더의 인격과 품성을 통해 쌓인다. 리더십은 직무역량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올곧게 서는 전인적인 역량이다.
기업교육컨설팅 ‘파도인’ 대표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