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89.8%다.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제2시내전화 사업자로 시내전화시장에 진입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KT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90% 안팎 수준에 이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8.7%와 1.5%에 불과하다.
시내전화 경쟁체제 도입 이후 사실상 ‘불변’에 가까운 3개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분포는 후발사업자에 대한 우호적인 ‘비대칭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득권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다자간 경쟁 구도 속에서도 시장이 후발 사업자의 진입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시내전화 시장지배적 사업자 KT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31.5%를 보유한 KTF와 합병하면 시내전화 시장지배력이 ‘통합KT’의 시장지배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KT와 KTF가 합병을 통해 파격적인 망내 할인율을 책정하는 정책을 도입하게 될 경우에 다른 사업자가 절대로 복제 불가능한 경쟁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합 KT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시내전화 요금할인은 최소화하고, 신고만으로 가능한 이동전화 요금을 대폭 할인한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에 매출 감소 없이 독점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통합 KT가 시장 파괴적 망내할인 상품을 출시하면 90%를 차지하는 기존 KT 시내전화 가입자가 KTF 이동전화를 선택할 요인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KTF의 시장 점유율이 급증하는 등 KT 시내전화 부문의 시장지배력이 이동통신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될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KT는 시내전화 가입자를 가둬두는 고착효과를 누리게 되지만 후발 사업자는 경쟁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는 평가다.
통합KT의 시장 파괴적인 유무선 망내 할인을 제한하기 위해 일정기간 망내 할인율을 제한하는 등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KT는 망내통화 할인은 요금 규제의 문제로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망내할인은 요금 경쟁을 촉진, 이용자 편익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또 출혈적 유무선 결합상품 및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에 의한 경쟁 배제에 대한 우려감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중앙대 A 교수는 “통합 KT가 이동통신 시장 확대없이 당초 제시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마케팅 공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혈적 결합상품 및 이동통신 보조금 공세가 가시화될 경우에 통합 KT에 비해 경쟁열위인 경쟁사업자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잠재적 경쟁자의 출현 자체를 봉쇄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통합 KT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을 일정기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결합상품 시장지배력 확대 및 이동통신 보조금 과열 마케팅을 견제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출혈적 마케팅을 최소화하도록 일정 규모의 투자를 강제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으로의 전이를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주파수 자원의 적정 배분을 위한 주파수 총량제 등을 통해 주파수 집중으로 인한 경쟁제한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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