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케이블 및 위성TV 업계가 온라인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TV 서비스로 가입자들이 일부 이탈하는 경향이 잇따라 나타나자 올 여름께 웹 플랫폼 기반의 무료TV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한 것. 특히 미국 경기가 위축돼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유료 방송보다는 저렴한 온라인 서비스로 이동할 경우에 대비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무료 웹TV서비스에는 대부분의 유료 방송들이 동참하고 있어 미국인 TV 시청 행태에 일대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또 온라인 광고 시장을 둘러싸고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쟁도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료 방송업계 ‘총출동’=26일 AP·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컴캐스트·비아콤·콕스커뮤니케이션스·디즈니커뮤니케이션스·타임워너케이블·NBC유니버설·디렉TV 등 미국 주요 케이블 및 위성TV업계는 이번 주중 만나 무료 웹TV 서비스 출시에 관해 구체적으로 의논키로 했다.
제프 카스핀 NBC 유니버설 사장은 “케이블TV업계가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의견을 모은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논의가 된 것은 올초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TV 방송업체들이 그러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유료 방송 업체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훌루닷컴’의 인기 급상승 때문이다. NBC와 폭스TV의 합작으로 탄생한 동영상 서비스 훌루닷컴은 지난해 12월 2400만명이 시청하는 등 큰 인기를 모으며 유튜브, 야후, 마이스페이스에 이어 동영상 서비스 업체 4위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무료로 서비스 중인 훌루닷컴 때문에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이탈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미국 유료 방송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훌루닷컴에 붙는 광고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가입자한테 제공하는 ‘제한적 무료 모델’ 유력=케이블TV 업계 내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무료 웹TV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줄이는 일종의 제살깎기 전략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광고료는 케이블TV 광고료보다 낮기 때문에 수익을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케이블 업계의 온라인 서비스는 기존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기존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부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탈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관건은 누가 케이블TV 가입자인지 기술적으로 구별해내는 일이다. 케이블 업계는 장기적으로 PC 외에도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폰을 통해서도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TV 서비스 ‘전운’=케이블 업계의 움직임으로 온라인TV 서비스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훌루닷컴은 제휴사였던 ‘TV닷컴(TV.com)’과 ‘복시(Boxee)’를 사이트 내에서 방출시켜 위기감을 드러냈다.
원래 C넷의 소유였던 TV닷컴은 지난해 C넷 매각으로 CBS 소유가 됐다. CBS는 TV닷컴을 새롭게 단장해 훌루닷컴을 위협하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1월 TV닷컴의 방문자 수는 590만명으로 훌루닷컴의 450만명을 추월했다. 복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텔레비전 셋톱박스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훌루닷컴은 복시의 서비스 모델이 모기업인 NBC와 폭스TV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NN은 “훌루닷컴이 1단계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