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자회사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사상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소식이다. KTF와 합병을 앞둔 시점에서 KT 주가가 크게 하락, 합병 선언 당시 발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미치지 못해 주주 불안과 합병의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대한 외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KT는 합병 이후 인적비용을 연평균 1000억원씩 5년간 5000억원을 절감하고 주주에게 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KT의 설명대로라면 자회사를 합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해외발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에 몰아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5000억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단지 주식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하는지에 의문이 남는다. 합병을 위한 소요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허공에 날리는’ 자사주 매입보다 와이브로·비즈메카 등 신사업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통신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민영기업 특성상 주식가치 제고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감안하면 신성장 부문의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위는 이날 KT-KTF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했다. 합병 조건이라는 공을 방통위 측에 넘기는 형식으로 사실상 합병은 허용된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까지 하면서 적잖은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KT는 이제 미래의 신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영기업 KT뿐만이 아닌 국민기업 KT로서 더욱 뚜렷한 성장동력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