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KT-KTF 합병을 조건 없이 허용했다. 다만 ‘필수설비 논란’의 판단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넘기면서 인가 조건에 대한 판단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한철수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25일 오후 2시 전원회의를 열어 KT·KTF 합병건을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합병을 허용하되 필수설비 등 인가 조건의 판단을 방통위에 위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합병을 허용하고, 이와는 별개로 전주·관로 등 유선필수설비 문제와 관련, 향후 유선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을 위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공정위의 의견을 전달받아 곧바로 공식 심사에 착수한다. 그 일환으로 방통위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 모처에서 합병심사자문위원회 합숙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숙심사는 24일 시작됐으며 26일에는 이해당사자인 SK진영·LG진영·SO진영·KT진영의 의견을 청취하고 27일에는 합병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 내용을 최종 정리하게 된다.
방통위는 공정위와 합병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토대로 KT와 KTF 합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합병기일(합병법인 출범 예정일)은 5월 18일이다. KT와 KTF는 지난달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을 신청했으며, 공정위는 방통위 의뢰에 따라 경쟁 제한성을 심사해 왔다. 업계는 합병 승인 여부보다는 단서 조건에 관심을 보여왔다.
공정위의 이날 결정도 전원회의에서 KT·KTF 합병건을 ‘보고안건’으로 처리하면서 일부 예견됐다. 한철수 국장은 “KT와 KTF 합병건은 계열사 간 합병이어서 간이심사 대상에 해당되는 사안이지만 통신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어서 심도 있는 심사를 했다”면서 “유선시장 지배력의 무선시장 전이 등 6개 쟁점을 중심으로 판단한 결과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수설비 문제는 이번 합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사안은 방통위의 규제 대상이며 부당한 거래 거절에 해당하게 되면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합상품 판매를 통한 지배력 전이는 약탈적 가격에 해당하지 않는 한 경쟁 촉진 측면이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약탈적 가격 경쟁도 방통위의 가격 규제와 사후 규제로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앞으로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나타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하나로통신 합병 시에는 전원회의가 ‘심결안건’으로 처리돼 이해당사자들은 합병 시 승인조건에 대해 정통부와 공정위 양측의 인가조건을 지켜야 했다”며 “‘이번에 보고안건으로 처리됨에 따라 필수설비 등의 문제는 방통위로 완전히 공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심규호·김원배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