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동용 만화라야 학습만화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만화는 아이들의 건강한 심성을 길러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원시소년 토시는 어린이를 위하는 자세로 그려진 만화예요.”
지난 24일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만난 이진주 작가(57)는 초지일관 ‘원시소년 토시’와 같은 작품이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진주 작가의 대표작 ‘달려라 하니’가 연재가 끝난 뒤 보물섬에 연재됐던 최신오 작가의 ‘원시소년 토시’를 이 작가는 ‘한국 만화에서 보기 드문 순수 아동용 만화’라고 정의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이 작가지만 선배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순수함과 의리 같은 건강한 정서를 발견하고 “내게도 저런 감성이 있었으면”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토시가 낭떠러지에서 친구의 손을 잡아 살리는 장면은 이진주 작가가 지금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대목이다. 이 작가는 “그런 건강한 심성이 아이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원시소년 토시’는 귀여운 그림체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모험을 다룬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사정으로 연재를 서둘러 마무리해야만 했다. TV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되다 무산돼 좀 더 대중들에게 오래 선보이지 못했던 점은 이 작가가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게임·인터넷으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만화는 상상력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문화고 수단이라는 게 이진주 작가의 견해다. 그런 관점에서 ‘원시소년 토시’와 같은 순수 아동용 만화가 더욱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출판사는 시장논리에 쫓겨서 자극적인 일본만화만 내놓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 한자 몇 자 포함된 학습만화만 사주다 보니 아이들의 동심과 상상력을 키울 만한 작품이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작가가 아동용 만화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은 교육적 측면이다. 그가 말하는 교육은 학습내용을 만화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심성이 올곧게 자라고 자기사고를 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진주 작가는 “‘원시소년 토시’는 그런 요소를 고루 포함하는 작품이고, 최신오 작가는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작가”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원시소년 토시’에 담겨 있는 모험심, 의리, 순수함의 정신은 꼭 배우라고 말하고 싶단다.
1994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원시소년 토시는 지금은 절판돼 시중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 부천만화도서관에 4권이 비치돼 있지만 그나마 반출이 되지 않아 도서관 밖에서는 볼 수 없다.
이 말을 들은 이진주 작가는 “‘달려라 하니’조차도 재출간됐지만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창고에 묻혀 있었다”며 “그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작품이야 오죽하겠냐”고 답했다.
이 작가는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실체”라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힘든데, 스타작가는 아니더라도 계속 창작하는 이들을 대우해줘야 문화가 성숙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된다”고 말을 맺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