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과 조선족의 IT 개발자

[통일포럼] 북한과 조선족의 IT 개발자

 이수정 이포넷 사장 sjlee@e4net.net

 

 작년에 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KIGO(Korea IT Globalization Organization)라는 학회에서 IT 용어 표준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국의 IT 용어와 북한의 IT 용어를 비교해서 검토하는 작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많은 북한 IT 용어가 낯설었지만 자꾸 읽다 보니 ‘트랙’을 ‘테’라고 한 것처럼 순수 우리말로 표현한 IT 용어가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도 처음부터 IT 용어를 순수 우리말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면 더 예쁘고 알맞은 토종 IT 용어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이렇듯 우리와 북한은 처음에는 서로 다름 때문에 생소하고 낯설어 이질감을 느끼겠지만, 좀더 열린 마음으로 가깝게 다가간다면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두 가지처럼 어울릴 수 있는 부분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IT 개발자 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 개발자를 고용한 업체도 있고, 이마저도 국제적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건비가 많이 올라 더 이상 매력이 없어지게 되자 베트남 현지에 개발 센터를 세우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도와 베트남 인력 모두 개발 능력은 차치하고 의사소통부터가 영어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기업이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시도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일도 생기고 있다. 나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가 여러 대안을 모색하던 중 조선족 IT 인력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됐다. IT 수준을 떠나 우선 의사소통이 되니 첫 관문은 통과한 셈이었다. 옌볜이나 선양에 있는 조선족 IT 인력들은 경력이 짧고 아직 기술 수준이 높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옌볜과학기술대 졸업생을 모 외국계 기업에서 개발자로 채용했는데 실력이나 성실성 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절한 교육과 실습 기간을 거치면 개발자로 키우는 것도 가능하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니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의 IT 인력 부족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또 SW 테스팅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는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지만 이 지역과의 협력해 발전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분야다. 실제로 중국에는 엄청나게 큰 테스팅 업체가 많이 있다. 우리 회사가 함께 일하고 있는 VanceInfo나 HiSoft는 SW 테스팅 인력만 수천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의 테스팅 업체들이다.

 지난 여름 옌볜과학기술대학과 산학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옌볜을 방문했다가 조선족 IT 개발자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투먼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IT 인력 이야기였다. 북한 개발자들이 직접 만든 SW의 데모도 보고 기술 논의했는데 개발한 SW의 수준이 국내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었고 특히 개발 인력의 경력이나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6개월 동안 1명의 팀장급 엔지니어와 5명 정도의 신입급 개발자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여러 개 있었다. 그중에는 곰 플레이어와 유사한 동영상 재생기도 있었는데 서버의 부하 균형을 고려해 개발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전자 카탈로그 관련 제품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북한 개발자 중에도 우리 개발자에 못지않은 SW 개발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니 향후에 우리나라의 기획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IT 인력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또 한번 I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통일도 한 걸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