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의한 민생법안만이라도 통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미디어관련법이 국회에서 직권상정되면서 모든 국회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미디어법에 대한 찬반은 차치하고라도 국회가 파행으로 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법안 하나로 인해 모든 국회 일정이 헝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파행으로 흐르면서 방통위 소관 법안들이 무더기로 상정조차 못하게 됐다. 9건을 제외한 60여건의 소관 법안이 이번 회기 내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파적인 이해 관계가 없거나 합의상태의 경제·산업 관련 법안까지 올스톱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통신사업법, 콘텐츠진흥법,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법, 위치정보법 등이다. 방통위 외에도 문화부·법사위 등 소관 하의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도 줄줄이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무엇하는 곳인가. 국회는 말 그대로 입법부가 아닌가. 물론 미디어법이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미디어라는 것이 국민의 눈과 귀를 소통하게 해주는 핵심 도구라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다고 치자.

 정파 간 첨예하게 견해가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통과시키는 큰 정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최소한 민생법으로 분류된 법안들을 볼모로 삼지는 말라는 것이다.

 국회가 과연 국민을 안중에 두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선 여당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야당을 포용해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여당의 책임이다. 작은 협상의 여지도 두지 않는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은 이제 극단으로 치닫는 20세기형 국회가 아닌 더욱 대승적인 21세기형 국회를 원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