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과학기술

[ET단상]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과학기술

 소니 워크맨과 애플 아이팟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니 워크맨은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에, 애플 아이팟은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이후에 출시돼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워크맨과 아이팟은 시기는 다르지만 위기 상황에서 기술개발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제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기업과 제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1990년대 경기침체에 빠졌던 핀란드는 위기극복 수단으로 과학기술을 선택하고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4만4000달러의 작지만 강한 나라로 올라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투자 등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불황 속에서도 위기 이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시키려는 국가와 기업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 과학기술부는 최근 ‘과학기술을 통한 금융위기 극복’ 방안의 비준을 국무원에 신청,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구개발에 수천억 위안(한화 수십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명한 경기부양법의 주요 목표에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개혁(Transforming our Economy with Science and Technology)’이 포함돼 있으며, 경기부양 투자 총액 7870억달러 중 6.3%에 해당하는 494억달러가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투자 예산이 지난해보다 11% 증가하여 1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발표한 ‘2009년 기업 연구개발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도 지난해보다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들어 계속 10%를 넘는 증가율을 보여온 것에 비하면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지만, 올해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가 -4% 안팎으로 나타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수치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교과부의 이번 조사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연구개발활동 수행의 애로사항으로 각각 연구개발 성공의 불확실성과 연구개발 자금 부족을 꼽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불확실성이 큰 기초·원천연구의 예산 비중을 높이고, 연구개발투자 및 인력개발비의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 적용하는 등 기업의 연구개발투자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10년 전 IMF 경제위기를 극복해 낸 경험이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도 어렵지만, 위기극복 이후에 성장을 추진할 원동력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편될 새로운 세계경제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정부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노력에 달려 있다.

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smlee@m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