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2) 감성­-감정을 섬세히 읽자

[지윤정의 성공파도] (22) 감성­-감정을 섬세히 읽자

 한 끼 때우는 상차림을 넘어서 요리를 했다. 요리라고 이름붙이기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면서도 “엄마가 오늘 요리 해 줄게”하며 나서서 부담을 샀다. 안 하던 앞치마도 두르고 온갖 주방용품도 다 올라왔다. 기세 등등하여 “맛이 어때?”라고 묻는데, 단출한 대답 한마디만 한다. “맛있어.” 갑자기 부아가 치민다. 맛에 대한 해석이 너무 성의 없다. “어떻게 맛있어?” “음, 맛있는 맛이야.” “아무튼 그냥 그래”로 느낌을 뭉뚱그려버린다.

롤러 메이어는 성숙한 어른은 감정의 폭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하고 섬세한 데 비해 보통사람은 기상나팔처럼 단순하다고 했다. 나는 와인도 그 맛이 그 맛인 것 같은데 소믈리에는 향 여운까지 입체적으로 맛을 음미한다. 우리는 맛만 아니라 기분도 단순하게 느끼고 반응한다. ‘기분 나빠’ ‘기분 좋아’ ‘열받아’ ‘그냥 그래’ 등 자신의 감정을 네 가지로 단순화한다. 더 이상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혹시 느낌 자체의 한계는 아닌지 의심해 보자.

 감성을 키우려면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원인을 헤아려 추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맛을 채 느끼기도 전에 얼른 목구멍으로 넘겨버리는 것처럼 감정도 꿀꺽 먹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감정은 나타내지 않는 게 점잖은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감정의 변화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덤덤하게 억누르고 살아왔다면 감성능력은 제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이성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감정적 유대관계 없이 메마른 가면놀이를 하게 만든다.

 ‘시다, 짭쪼름하다, 달큰하다, 달착지근하다. 떨떠름하다, 느끼하다, 맵다, 매콤하다, 시원하다, 고소하다, 얼큰하다’ 등 맛은 다채롭다. 이제 내 기분도 어떤지 스스로 표현해 보자. ‘들뜬다, 의기양양하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외롭다, 흥미롭다, 흐뭇하다’ 등 기분을 오색찬란하게 꾸며보자. 그래야 타인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고 공감해 진심을 나누는 감성의 대화를 할 수 있다.

 기업교육컨설팅 ‘파도인’ 대표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