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리포트] IT·반도체 수출 10% 줄면 일자리 1만6000개 감소

 수출이 10% 감소하면 IT·반도체·가전산업의 생산이 적게는 4.4%에서 많게는 1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IT와 반도체산업의 고용이 1만6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 감소에 따른 고용조정 압력 분석’ 보고서에서 9대 수출산업별 수출 감소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수출이 10% 줄어들면(직간접 영향 포함) 반도체가 9.7% 생산이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IT와 가전도 8.7%와 4.4% 감소했다. 9대 수출산업의 평균치는 6.4%로 반도체와 IT는 그 영향이 평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출 10% 감소 시 미치는 직간접 부가가치 변화에서도 비슷했다. 9대 산업의 평균 감소율이 1.6%인 가운데 반도체와 IT는 각각 부가가치가 3.3%와 1.8% 줄어들었으며 가전은 상대적으로 적은 0.8% 감소했다.

 고용 역시 10% 감소를 전제로 IT는 1만5796명의 고용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도체가 1만610명, 가전이 1166명이었다. 현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불황으로 수출 산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 경기 침체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반도체·IT산업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의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러한 글로벌 산업보호정책 추세를 방관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해당 업종 수출 관세 한시적 감면과 함께, 내수 판매의 부진이 동반되지 않도록 △소비세 추가 인하 △감세 기간 연장 △등록세 감면 등의 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용 안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확산하도록,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유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경감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실효적인 재취업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타 산업으로 전직 시 임금 지원 등이 병행 추진돼 유휴 노동력이 장기간 방치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도 강조했다.

 환율 상승으로 높아진 가격경쟁력 이점을 적극 활용할 것도 당부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원·달러 환율의 영향력이 약화했는데, 이는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수출 경기 호조가 지속됐다는 점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내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수출에 도움이 되는 관계가 복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이 일본·중국 제품과 경합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해 해외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민관 공동 보조가 이뤄진다면 과도한 수출 경기 급락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계 산업은 최근 원·엔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활용해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도록, 부품·소재 국산화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신속한 대안 신흥 수출시장 발굴을 통해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도 꼽았다. 대안 시장으로는 오일달러로 구매력이 높아진 중동·러시아·중앙아시아·남미 등을 들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