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깜짝 소식이 발표됐다. 노키아와 스카이프가 제휴해 노키아 휴대폰에 인터넷전화(VoIP) 프로그램을 기본 내장하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휴대폰에서 인터넷전화가 가능해지면 이용자 입장에선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무선랜(WiFi)이나 이통사 네트워크를 통해 스카이프 가입자간 무료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체엔 악재다. 인터넷전화는 이동통신사 전통의 수입원인 음성 통화료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실제 제조사가 인터넷전화 기능을 휴대폰에 사전 탑재한 건 전례가 없었다.
인터넷전화를 지원하는 휴대폰 출시를 놓고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와 이동통신 업체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IT 전문 매체인 모바일투데이는 영국 이동통신 업체인 O2와 오렌지가 노키아의 이번 사업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제동을 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노키아와 스카이프는 지난달 바르셀로나에서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노키아의 스마트폰 ‘N97’에 적용해 오는 6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O2와 오렌지는 노키아의 ‘N97’ 모델에서 인터넷전화 기능 삭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으면 휴대폰 유통 자체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쌓은 비즈니스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N97은 노키아가 애플을 겨냥해 만든 전략 상품. 현재 영국의 또 다른 통신 업체인 T모바일과 쓰리(3)가 N97 판매에 동의했지만 이들은 모두 후발 사업자들이다. O2 및 오렌지가 빠진다면 애플을 견제하려는 노키아의 계획은 차질을 입게 된다.
하지만 노키아로서도 통신사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 이 때문인지 노키아는 해결책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노키아 측은 “N97부터 스카이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N97 모델 전부에도 인터넷전화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노키아는 자사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인터넷전화 기능을 원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로 인한 매출 감소분은 3G 데이터 통화 매출로 상쇄할 수 있다며 통신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