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조7000억달러의 재정적자 전망에 직면한 미국 오바마 정부가 새로운 ‘주파수 면허 사용료(Spectrum license fee)’를 부과하기로 해 통신·방송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일 로이터·C넷·IDG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09-2010년 예산안에 새로운 주파수 사용료 징수와 관련된 간략한 내용을 포함시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관련 내용이 불과 한 줄로만 제시돼 그 대상이 이통통신(무선) 사업자와 TV·라디오 방송 사업자 가운데 어느 쪽인 지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봄 정부가 발표하는 세부 예산계획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이통 사업자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외신들은 정부가 경매로 내놓은 무선 주파수 자원이 소진됨에 따라 추가 사용료 부과를 통해 재정적자 완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새 주파수 사용료를 통해 올해 5000만달러를 시작으로 내년 2억달러, 4년 뒤엔 5억5000만달러의 정부재원이 마련되며 이는 향후 10년에 걸쳐 총 48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안이 현실화할 경우 주파수 경매대금에 이어 추가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이통 사업자 진영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통 사업자에 부과할 경우 이는 무선경매로 연방정부에 지급된 면허료에 추가되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통신사 등에 무선 주파수를 경매해 수십 억달러가 연방정부로 흘러 들어갔으며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3월 디지털TV 전환으로 비게 된 700㎒ 대역 주파수 경매로 사상 최대인 196억달러를 거둬들였다.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AT&T·버라이즌·스프린트·T모바일 등 미 4대 이통사업자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이통사업자 단체 미 셀룰러통신협회(CTIA)는 “현재 제안내용의 세부사항을 리뷰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무선 음성·데이터 통신이 아니라 TV·라디오 방송국들이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연방예산에서 비슷하게 제안됐지만 실제로 실행되지 않은 사용료 부과안이 FCC로부터 사들인 무선 주파수가 아니라 방송사들에 배정된 TV·라디오 주파수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이 그 같은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외신들은 오바마의 예산안이 의회를 거치며 수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의회를 지배하는 민주당이 정부 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배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