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부처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뉴딜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의 뉴딜정책이 구호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디지털 뉴딜이 무엇인가.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토목·건설 뉴딜과 함께 양대 축으로 삼아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수단이 바로 디지털 뉴딜이다.
재정부가 디지털 뉴딜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이 전해진 이날, 일본 정부는 이달 정보기술(IT) 분야에 우리나라 돈으로 48조원을 들여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보다 무려 90배나 많은 규모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도 300억달러(약 45조원)를 IT분야 뉴딜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도 140조원 안팎을 IT 분야에 투입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겨우 1조원 규모의 디지털 뉴딜 예산을 조성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다시 반으로 뚝 자르겠다고 한다. 예산 삭감이 현실화된다면 경제 위기가 끝나는 2∼3년 뒤 한국은 미래 성장동력에서 경쟁국에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되짚어볼 것은 재정부의 태도다. 각 부처의 예산이 중복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미·일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디지털뉴딜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향후 미래 성장동력을 의식해서다. 45조원에 이르는 거금을 IT 분야에 쏟아부을 경우 중복 투자될 여지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정부는 미래가치나 성장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예산절감이나 사업 타당성 논리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오히려 범정부 차원의 경기부양 논리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마인드 전환이 시급하다는 대내외의 지적에 귀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