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문화 콘텐츠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문화콘텐츠 산업이 산업성장률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고용의 창출과 질 측면에서 여타 산업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일본의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우리도 개발해 볼 수 없는가”라며 콘텐츠 산업의 위상과 중요성에 높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문화콘텐츠란 문화적 요소, 즉 창의력과 상상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을 뜻한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방송콘텐츠, 게임, 인터넷·모바일콘텐츠, 에듀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의 성패는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니즈에 적극 대응하고 또 장르 간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산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또 IT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90년대 이후 통신망의 초고속화로 아날로그 형태인 문화콘텐츠가 디지털화되고, 인터넷, 모바일 등 네트워크 기술발전에 힘입은 새로운 미디어들의 등장으로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IPTV 등 통신방송 융합, 유무선 융합, 콘텐츠 간 융합 트렌드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작년 디지털콘텐츠산업 매출은 콘텐츠 판매수익과 온라인 광고수익을 더해 모두 11조18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0.3%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모습과는 달리 속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작년 온라인 광고매출 시장은 1조46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대부분이 전문콘텐츠업체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 대형 포털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대다수 소규모 인터넷콘텐츠 업체들에는 혹독한 시련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대형 포털과 콘텐츠 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3500개에 이르는 소규모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가 생존하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이른바 ‘킬러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을 다져주는 것도 결코 미뤄서는 안 될 과제다.
문화관광부와 방통위가 경쟁적으로 콘텐츠산업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들이 문화부 인가로 설립된 사단법인 인터넷콘텐츠협회에 등록한 영세한 인터넷콘텐츠업체들에는 먼 나라의 예기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콘텐츠 기업 간 경쟁적 산업 패러다임보다는 협력, 조정을 통한 상생의 기반을 정책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영세업체들이 IT벤처 붐이 일던 당시의 인력규모로 돌아갈 수 있는 재정여건만 마련된다면 당장 수만명의 가시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콘텐츠 질 또한 높아질 것이다.
2006년 정부의 온라인 광고총액인 385억원 중 88%인 342억원이 4대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에 집중됐다. 이 중 일부만이라도 중소 인터넷콘텐츠업계에 배정하는 제도적 장치만 마련하면 더 많은 광고효과와 함께 별도 예산 투입 없이도 젊은이들 고용창출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소규모 인터넷콘텐츠업체를 중소기업, 벤처기업, 고용효율이 높은 인터넷콘텐츠기업으로 보는 정책적 시각과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신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명예회장·前 하나로텔레콤 회장 shinyunsik@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