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미국 의료개혁과 바이오ㆍ제약업의 향배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 ceo@oscotec.com

 

4700만명.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의 수다. 미국은 개인별로 본인의 경제적 능력에 맞는 민영 의료보험을 선택해 가입한다. 이러한 미국 의료 정책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는 돈 없는 국민을 포함해 전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 제도의 도입을 희망했고, 의료보험공정거래소 신설을 비롯한 관련 의료 정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특히 어린이 의료보험 혜택 확대를 위한 법안을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 내 우선 과제로 삼았고 최근 미국 하원에서 이 법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400만명의 어린이가 수혜 대상이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미국 의료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건강한 미국을 위한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와 관련된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건강 정보를 전자 시스템화하고 동시에 보험과 의약 시장의 경쟁을 증가시키는 계획까지 제시했다. 특히 처방약 비용 절감을 위해 캐나다와 같이 미국 의약품보다 값이 더 저렴한 다른 국가에서도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의료 정책이 미국에서 실현된다면 제약 시장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우선 오리지널 신약은 물론이고 복제 의약품의 사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의약품이 의료보험 중 현금성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나 효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복제 의약품의 사용이 국가적으로 권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돼 특허 보호가 해제되면 복제 의약품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상당량에 해당하는 신약의 특허 기간 만료가 올해부터 2014년까지 밀집돼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의료 정책 변화는 복제 의약품에 대해 제약업계가 이전과는 다른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바이오 기업과 함께 일해야 할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미국의 바이오테크 선두기업인 제넨테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한 것이 좋은 사례다. 또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신약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제약 기업을 표방한 것 역시 주목할 내용이다. 프랑스계 유럽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 아벤티스도 바이오 의약품 회사를 M&A 대상으로 찾고 있다. 바이오 기업과의 연합 혹은 M&A는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의 생존과 미래 수익원 확보 모두를 노릴 수 있는 최선의 전략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미래 수익원 확보와 바이오 기업과의 연합을 고려하면서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합성 의약품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2.2%인 데 비해 바이오 의약품 성장률은 14.2%를 기록하며 급속 성장하고 있는 것을 국내업계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산업계의 기술 개발 활동이 요구된다. 이 기회를 잘 포착한다면 우리나라의 바이오·제약 산업이 세계를 호령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