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IP)TV 등장으로 수요처 확대를 기대했던 케이블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다 매체 시대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방송 플랫폼의 다양화에도 그저 그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으로 PP들도 고화질(HD)이나 융합 콘텐츠 개발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P들은 방송 플랫폼의 확대속에 ‘케이블 온리’를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몇몇 PP를 제외하고는 IPTV나 위성방송 등으로부터 뚜렷한 구애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다 플랫폼 시대에도 지상파와 유력 PP 몇 개 이외에는 전혀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다수 PP는 IPTV가 아니라 기존의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의 협상에만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온미디어가 KT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또 다른 PP의 양대축으로 꼽히는 CJ미디어는 아직까지 IPTV사업자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KT 등 IPTV사업자들도 실시간 채널 수의 조기 확보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채널을 싣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PP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중소 PP업체 관계자는 “지난 연말 IPTV사업자로부터 채널 편성에 참여하라는 공문을 한번 받은 이후,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력 방송 플랫폼인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 역시 ‘명품 HD’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의 추가 확보보다는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고화질 콘텐츠로만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일반 PP들에게는 기회요인이 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도 방송 콘텐츠 지원사업에서 폭넓은 업계의 혜택보다는 우량 콘텐츠 위주의 집중화가 뚜렷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양방향성이 강화된 융합콘텐츠 개발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우량 콘텐츠 제작에 예산을 몰아서 배정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이미 전환한 상태다.
‘다 매체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PP사업자들도 자체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투자없이 평범한 콘텐츠로는 앞으로도 큰 주목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다 매체 시대에도 모든 PP가 수혜를 보기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경기악화로 공격적 투자확대를 꾀하기 어렵지만 창의성있는 기획과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등에 대한 공감은 모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