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보유한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 중립화를 주장해 온 반KT 진영이 사실상 논리 수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필수설비와 관련, 반KT 진영의 조직 분리 등 중립화에서 선(先)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등 제도 개선과 후(後) 필수설비 조직 분리 등으로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반KT 진영 고위관계자는 “LLU를 비롯해 필수설비와 관련된 제도 개선은 물론, 조직 분리가 KT-KTF 합병에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전제한 뒤 “필수설비 제도 개선 이후에도 제공 거부 등 기존 사례가 반복될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이후에 KT 필수설비 관련 조직을 강제적으로 분리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KT 진영이 필수설비와 관련해 입장 선회 방침을 구체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KT-KTF 합병 선언 이후 KT의 필수설비에 대한 독점적 지배로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중립화를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반KT 진영의 이 같은 행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KT-KTF 합병 인가조건으로 경쟁 활성화를 이유로 와이브로 등에 대한 투자이행조건 등을 요구하고 인가 조건과 별도로 LLU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한 만큼 필수설비 중립화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이에 상응하는 인가 조건 등 최소한의 ‘실리’라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KT 필수설비 이용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데다 방통위가 이미 LLU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방통위의 부담(?) 또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필수설비 중립화가 KT의 완강한 반대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는 등 KT-KTF 합병을 둘러싼 제반 환경 및 변수를 두루 감안한 고심 끝에 도출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반KT 진영이 상임위원과 개별적으로 접촉, 대대적인 합병 반대 논리 설파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상임위원이 KT 필수설비 독점으로 인한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상임위원은 유명무실한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철저하게 ‘실리’를 선택한 반 KT 진영의 필수설비에 대한 입장 변화가 방통위의 KT-KTF 합병 심사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