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2위의 가전 양판 전문점으로 성장했던 서킷시티가 8일(현지시각) 창업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명의 청산인들이 지난 한달 반 동안 17억달러의 재고를 모두 팔아치운 서킷시티의 미국 전역 567개 매장은 이제 완전히 텅 빈 채 영원히 문을 닫았다.
지난해 11월 회생을 위해 파산 보호 신청을 냈던 서킷시티는 당초 예상보다 몇주나 빨리 이날 재고 정리 세일을 마치고 덧없이 사라져버렸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서킷시티 본사는 167만㎡의 텅빈 공간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일자리를 잃게 된 3만4000명의 실업자들 뿐이다. 주주들은 거의 아무것도 챙길 수 없게 됐고 채권단들도 대부분 빚을 일부 회수하는 데 그칠 뿐이다.
서킷시티가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30대 채무자들에게 진 빚은 6억2500만달러에 달한다. 주로 DVD나 평판TV, 휴대폰 같은 물건들을 서킷시티에 공급해왔던 업체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담보를 확보한 은행 같은 채권단들이 채권을 모두 회수한 후에야 변제를 받을 수 있다.
60년 전 리치먼드에서 작은 TV판매점으로 출발했던 서킷시티는 한때 미국 전역에 7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가전 시장의 경쟁 심화와 경기 부진으로 결국 이렇게 침몰하고 말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