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용 빙자 스팸메일 기승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실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인력 채용을 빙자한 스팸 메일이 기승을 부려 경계령이 떨어졌다.

 10일 AP는 최근 들어 실직과 그에 따른 구직자들이 늘면서 취업관련 e메일을 자주 열어보는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일자리 제안(Job-Offer)’ 스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기업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친 e메일로 가장해 이 회사가 ‘구인 중’이라는 내용을 담아 전송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e메일은 수신자의 의심을 따돌리기 위해 해당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와 링크도 걸어둔다. 하지만 이 e메일에 첨부된 입사지원 양식에는 위험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한 유명 음료회사를 사칭한 이 같은 메일이 발송돼 수신자들에게 첨부파일 속의 항목을 채워 보낼 것을 요구, 해당업체가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또 다른 스팸의 형태는 구인 대신 거꾸로 채용을 거절하는 것처럼 위장한 메일이다. 이들 메일은 수신자들이 해당 일자리에 뽑히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가 그들의 응시 원서를 돌려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돌려 준다는 원서에는 악성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책을 노린 사례도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경기부양 자금지원을 약속하면서 은행계좌 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요구하는 스팸메일과 인터넷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시만텍의 더모트 하넷 수석 애널리스트는 “스패머들이 노리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이라며 “실직자나 새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취업 희망업체로부터 회신이나 새로운 구인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e메일을 열어보는 습관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팸 메일의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들부터 온 메일의 링크를 무턱대고 클릭하거나 첨부파일을 열지 말고 직접 해당업체의 인사담당 부서를 접촉할 것을 당부했다. 또 해커가 손쉽게 메일 발신 주소를 조작할 수 있는만큼 e메일 주소만 보고 합법적인 메일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