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의 키코사태를 막아라

 지난 2007년 1월 3일 770원 이하로 떨어졌던 엔·원 환율은 최근 100엔당 1600원을 넘어서는 등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1660원대까지 올라갔다. 2007년, 2008년 전후로 중소기업들은 시설설비 확충과 수출, 제품 수입 등을 위해 은행에서 2.5%의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엔화 대출을 상당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고 현상으로 10억원을 대출 받은 기업은 이자를 제외하고 20억원을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 돈 가치가 반토막나면서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거나, 무역거래를 하기 위해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고사 위기까지 내몰렸다. 중소기업들은 이를 제2의 키코사태라고 부른다.

 산업·수출입·우리·국민·신한은행 등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엔화대출 만기 연장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품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 전자산업계로서는 엔화 대출 만기에 따른 상환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권이 일괄적으로 160조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원화대출 만기일을 연장해준 데 이은 후속조치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우리는 금융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엔화, 달러화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 환영한다. 2기 경제팀이 ‘돈맥경화’ 현상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본다. 중소기업 대출 완화조치는 더욱 확산돼야 한다. 2기 경제팀이 이번 조치에 이어 시중에서 돈이 어떻게 풀리고, 기업들의 애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은행창구에서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금이 제때 공급되는지를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