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우주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우주 쓰레기가 우주왕복선의 운행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부상했다.
특히 2월 10일, 러시아 군사 위성과 미국의 이리듐 상업 통신위성의 충돌로 수많은 파편들이 우주에 흩어지면서 또 다른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우주 항공 기술자들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만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안 버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우주=현재 우주 궤도 상에는 로켓이 발사될 때 발생한 잔해들과 과거에 폭발한 위성 조각들, 우주인들이 버린 도구 등이 수천 개 이상 떠다니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이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위성인 풍운(Fengyun)-1C에 탄도 미사일을 실어 우주로 보냈을 때 발생한 잔해들은 우주 쓰레기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이 실험으로 지구 근처 궤도의 우주 쓰레기가 25%나 급증했다.
지난 2월 러시아·미국 위성 충돌로 적어도 600개 이상의 대형 우주 쓰레기가 시베리아 상공 500마일에 추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쓰레기를 없애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아직 효율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주 샤워로 쓰레기 소탕(?)=우주항공 학계에서는 이처럼 골칫거리로 떠오른 우주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로켓을 디자인한 짐 홀로페터가 제안한 방법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일명 ‘우주 샤워’다. 노후된 로켓에 물을 실어 우주로 보낸 뒤 우주 쓰레기에 물을 분사하는 방법이다. 물이 쓰레기를 대기권으로 밀어내면 쓰레기는 타 없어지고 물은 증발해버릴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지난 1996년 제기됐던 일명 ‘오리온’ 프로젝트를 재연구 중이다. ‘우주 빗자루’로 불리는 이 방법은 레이저로 수 년에 걸쳐 우주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거대한 그물망이나 전자파를 활용해 쓰레기를 모으는 방식도 제안됐다.
하지만 대다수 우주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법들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로, 현재 기술적·비용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공원 우주, ‘어지럽히지 마라’=전문가들은 우주 쓰레기를 ‘안 버리는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우주기구에서 우주 쓰레기 문제를 연구해온 하이너 클린크라드 박사는 각국 정부가 우주선을 발사하는 단계부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켓이 발사할 때 볼트를 비롯한 작은 부품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개발될 위성들은 임무를 마치면 반드시 지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클린크라드 박사는 “우주도 국립공원처럼 관리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더이상 우주를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