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정협)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2일과 13일 폐막했다. 말만 무성했던 추가부양안은 마지막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정계는 금융위기에 따른 민생 안정에 몰입했다.
◇화두는 사회안정=올해 중국은 티벳사태 50주년, 천안문사태 20주년, 법륜궁 사태 10주년이 되는 해다. 정협과 전인대는 경제위기상황과 사회안정이 요구되는 시기임을 감안해 예년보다 5일 정도 짧게 진행됐다. 농촌출신 도시일용직노동자인 농민공 문제, 실업문제 등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실제로 정협에 제출된 건의안을 분야별로 보면 교육 657건, 취업문제 632건, 농민문제 603건으로 경제성장 및 내수확대 551건보다 많았다. 또 의료위생 426건, 사회보장 301건, 법률 294건, 식품안전 146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전인대 회기에 제출된 의안 518건 중 61%는 경제법이나 행정법, 사회법으로 경제발전과 동시에 사회보장문제에 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작게는 1억 많게는 2억 이상으로 추정되는 농민공과 실제 8%를 상회할 것이라 예상되는 도시실업률문제, 그리고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악화되는 일반 국민들의 삶을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티베트 문제와 같은 정치적 문제가 자칫 사회불안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문제 해결에 관한 고위층의 전향적인 태도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중국 네티즌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네티즌과의 대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전인대 대표들은 각자가 개설한 블로그를 통한 제한적인 참여에 머물렀다면 이번 양회에서는 전인대 미디어센터의 주관 하에 관영 언론 사이트를 통한 전면적인 참여가 가능해 졌다는 점이 큰 차이다.
◇“경기부양책 언제든 가능”=이번 대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급속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열려 관심을 끌었다. 3월 5일 끝난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업무 보고에서도 주요한 내용은 금융위기의 심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대응에 맞춰져 있다.
내수 진작과 8%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편성하고 적극적 감세와 통화정책, 수출확대와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 투자에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회 중 발표한 내용들이 대부분 전인대 개최 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당초 전인대 기간 중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자의 발언내용 부인으로 오보로 정리되면서 마지막까지 기대를 모은 추가 부양책은 없었다.
그러나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4조위안 이외 정부가 추가로 민생문제해결과 기술혁신 환경부문에 1조1800억위안을 투자하고 6000억위안의 세금 감면, 기업 퇴직보험금 기준과 농민수입증가 교사들의 임금 인상, 그리고 향후 3년간 8500억위안을 투입해 의료위생체제 개혁을 단행하는 것은 모두 4조위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새로운 경기부양책”이라며 중국은 언제든 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특히 공직자 재산 신고제의 실시에 대해서는 원자바오 총리가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했으나 그 수위와 폭을 놓고 막판까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2007년 2008년 대회에 이어 계속된 인민대표들의 공직자 재산 신고제 실시 건의는 이번 회의에서도 이슈가 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에도 공개범위를 어디까지 제한 할 것인지, 또 유예기간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 지 공직자 재산 신고제는 일반 국민들의 일방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 실시되냐에 따라 앞으로 중국사회에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일자리 창출 문제가 다뤄졌지만 대학생 실업 문제 역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부분이다. 한 해 중국에서 대학 졸업 예정자는 600만 정도이다. 게다가 작년 미취업 대학 졸업자 100만까지 합지면 올해 무려 700만이 구직 활동을 벌이게 된다. 특히 최근 중국 대학의 입학생 수 증가가 중국경제성장률로서는 소화하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 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타 달라진 모습들=올해 양회는 두 기구가 힘없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달리 국정을 비판하고 정책에 대한 설전을 벌이는 의정 토론장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젠슝 전국정협 위원은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를 앞에 놓고 교육기관들의 부정부패를 직접화법으로 폭로하며 정부의 대책을 추궁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양회는 또 경제위기 여파로 회기가 작년보다 크게 줄었고 대표단의 숙소를 4성급 이하로 낮추고 하루 식사비를 제한하는 등 초절약 모드로 진행됐다. 티베트에서의 유혈시위 사태로 얼룩졌던 지난해 양회와는 달리 지역 보안을 강화한 탓인지 특별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아울러 이번 양회에서는 중국 기자들이 정치개혁을 요구하거나 중국 경제 성장률 8% 목표 달성을 비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등의 등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것도 현장에서 보여준 작지만 큰 변화로 꼽힌다.
김진석 베이징대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 rebell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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