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경 위한 국채발행 신중해야

 정부와 여당이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 30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긴급한 경제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정확대를 통한 시장 수요 창출 전략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30조원이 넘는 국채가 시장에 뿌려질 때 요동칠 환율과 펀더멘털은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

 30조원에 이르는 국채가 시장에 뿌려지면 이로 인해 나타날 후속 파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은행들이 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현금확보에 나선 현시점에서 국채를 사갈 대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국채 매입자는 외국자본이 될 수밖에 없다. 국채 판매가 원활히 이뤄져 외국인 투자자가 사간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많다. 지난 연말부터 외국자본의 투매현상으로 인해 이미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넘어가는 위기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엔·달러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우리 돈의 가치는 폭락했다. 현 상황에서 시기를 고려하지 않는 국채발행은 금융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대량으로 국채가 뿌려지게 되면 기존 채권의 가격 폭락이 일어나고, 기업은 더욱 자금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다. 은행은 채권값이 폭락하면 결국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자금 회수에 나서게 된다. 환율 폭락 1차 시나리오다. 정부가 30조원에 이르는 채권을 외국 자본에 팔지 않고 한국은행에 판다고 해도 통화 남발로 인한 화폐가치 폭락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환율 폭락 2차 시나리오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폭등, 엔화가치 폭등은 기업이 우려하는 제2, 제3탄의 키코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돈은 번 만큼 써야 하고 벌기 위해 써야 한다. 추경예산 편성은 공감하지만, 우리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하며 시기도 조절돼야 한다. 선심성 예산 뿌리기가 아니라 시장을 만들고 기업을 살리는 곳에 투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