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지난주 페루 리마 스위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IT 시연회를 본 후 페루 엔라케 코르네호 라미레스 교통통신부 장관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페루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빈부 격차’와 ‘문맹’ 해소다. 와이브로·IPTV·영상회의시스템 등이 핵심으로 구성된 이번 시연회는 페루 정부의 골칫거리 두 가지를 한번에 해결할 ‘사건’이라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시연 모습을 보고 있던 라미레스 장관이 “어느 정도까지 떨어진 거리에서 구현이 가능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IPTV를 이용한 e러닝 콘텐츠 시연 모습을 보며 “이제는 누구나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감탄했다.
페루의 빈부 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행정·산업·경제의 중심인 리마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20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리자, 이곳의 한 기업인은 지방에 가면 “눈물이 절로 난다”고 표현했다. 인터넷망은커녕, 산악지대의 유선전화보급률이 10%대 초반이다. 지형적 한계로 투자를 못했고, 개발이 안 되면서 마을은 고립됐다. 한창 배워야 할 아이들은 배움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런 페루에서 와이브로와 IPTV는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가 됐다. 자국 기술이 아니어서 투자를 받아야 하고, 그래서 잃는 것이 많지만 페루 정부는 기술도입을 택했다.
한국에서 와이브로·IPTV 관련 성과물이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이면 충분하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 기업과 연구소가 개발한 첨단 통신기술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지 기자는 페루 리마에 가서야 깨달았다. 그 기술을 우리가 개발했다는 것만으로, 기자와 교포, 우리 기업인들은 충분히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리마(페루)=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