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유출방지, 현실적으로 메시지 기록관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 영업비밀과 관련된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직원 간의 내부정보 유출 관련 소송을 맡아온 경험에 의하면 다양한 유출방법 중 가장 심각한 기밀유출 수단은 e메일과 메신저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 클릭 한 번으로 대량 정보를 순식간에 유출할 수 있는 매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e메일과 메신저를 이용해 어떤 정보를 내보냈는지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 외에는 대안이 없다.
실제로 관련 분쟁에서 1∼2년 전 직원 e메일 기록이 결정적 증거로 쓰일 때가 종종 있으며, 대기업은 회사 업무용 메일뿐만 아니라 회사통신망을 이용하는 웹메일까지도 기록관리하고 있다. 이는 불법이 아니다. 처음부터 회사 보안규칙과 사규에 회사 통신망을 비업무적 용도로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직원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개인화된 통신채널인 e메일과 메신저를 기록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늘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서양에서는 기업 내 네트워크와 컴퓨터를 사용한 통신기록 공개를 비즈니스 윤리로 여기는 데 비해 감정적 성향이 강한 우리는 사생활보호 쪽에 좀더 중점을 두어왔다고 할 수 있다.
사생활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3년 ‘통신비밀보호법’에 기반을 두고 직원의 메일을 열어본 것을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03도3344 사건). 형법상 전자기록 내용탐지죄에 해당되므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저장된 내용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e메일을 보면 감청에 해당돼 처벌이 더 무겁다.
재산권 역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기업이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고, 인력을 고용해 창출해낸 지식재산권, 기업기밀은 현대 지식사회에서는 최대의 재산이다. 기업이 부당한 유출로 인한 손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 역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에 해당된다.
법은 기업이 ‘상당한 노력’에 의해 유지한 기밀만 보호한다. 메시지 기록관리시스템은 상당한 노력의 증거로 평가받을 수 있다.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은 상당한 노력이란 매우 중요한 표현을 법조문에 포함하고 있다. 법률용어로는 ‘불확정개념’이라 하며, 법원이 개별 상황에 맞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판단의 재량을 부여한 것이다.
법은 보호를 구하는 측이 ‘이 권리가 내 권리가 맞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기업이 이 기밀이 나의 재산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기밀보호를 위해 그동안 상당한 노력을 해왔음을 입증해야 하며 상당한 노력의 정의는 기업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기록관리 외에는 대안이 없기에 사생활보호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많은 판례와 현장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기록관리는 만일의 경우 소송에서도 유효한 시스템이며 유출자·유출상대·유출시간·유출자료가 무엇인지 드러내주므로 증거력을 갖추게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이라면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밀유출로 인한 국부손실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기밀유출방지에 우선수위를 두고 있다. 미국도 동양보다 프라이버시가 훨씬 강한 문화권이면서도 기업 내 기록관리에서는 사생활침해가 아니라 비즈니스 윤리로 여기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김국현 법무법인 가산 대표 변호사(소만사 고문 변호사) kkh@ksp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