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EU 간 FTA 체결이 임박했다. 오는 23∼24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8차 협상에서 타결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그간 재계는 EU와의 FTA 체결은 장기적으로는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영상기기 분야에서 EU 내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이들 수출 주력 품목을 놓고 유럽의 자동차업계와 가전업계 반발을 고려, 크게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정밀기기, 섬유, 정밀화학 등 부문에서 관세 철폐 시한을 3년 이후로 상호 양보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 중이다. 자동차 부문은 배기량 1500㏄ 이상은 3년 내, 그보다 작은 소형차는 5년 내에 걸쳐 균등 비율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14%의 관세가 부여되는 TV 부문도 협상발표 후 3년간 관세가 유지되다가 서서히 없어지는 형태를 취했다.
우리가 자동차와 영상산업을 내주는 대가로 섬유와 정밀화학 부문, 정밀기기 등의 부문을 양보한 정부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TV 등 영상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 종합 세트산업이다. 단순히 TV와 자동차 수출 여부를 떠나, 수많은 부품 등 디스플레이, 각종 칩, 전자 기기 등의 산업을 이끄는 핵심산업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 선단이며, 성공 여부에 따라 중소기업의 일자리와 수익이 동반창출되는 후방효과가 큰 산업이다. 반면에 우리가 양보한 섬유나 직물산업은 영상기기나 자동차산업에 비해 후방 효과가 적다. 정밀기기 부문은 기술력 격차로 부득이하게 EU산 제품을 구입해다 써야 한다. EU는 이 같은 특징을 간파, 실리를 취했다.
EU 자동차업계와 가전업계는 이번 FTA에서 3년 이상 보호무역주의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우리 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도 뒷짐진 채 3년 이상 유럽시장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