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주 온네트 대표/seanhong@onnet.co.kr
대통령도 부러워한 닌텐도 주식회사는 경영학 시각에서 보면 찬사를 보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회사다. 1889년에 설립돼 화투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 전 세계 아이들 손에 빠짐 없이 첨단기술의 휴대형 게임기를 하나씩 쥐게끔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성공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낸 회사니 5300여명의 직원들이 1년 매출액 27조원, 이익이 8조원에 1인당 매출액이 50억원을 넘는 것은 과연 당연한 결과일까.
나는 이런 성공이 닌텐도의 훌륭한 경영진과 직원의 노력에도 기인하지만, 일본의 게임회사에 대한 시각과 풍토 그리고 일본인의 문화적 특성에서 많이 기인한다고 본다. 일본에는 닌텐도 외에도 소니와 같이 글로벌한 게임기 제조사도 있다. 또 몇 십년씩 게임개발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 중견 개발사 또한 일본에는 매우 많다. 게임기는 절대로 제조사 홀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게임기는 단순히 게임을 전달하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그 그릇에 얼마나 맛있고 다양한 요리를 담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일본의 게임산업계는 거의 20년 전부터 이런 게임기 제조사와 중소 개발사간의 협업체제가 잘 구축돼 있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는 많은 젊은 청소년의 선망의 직업이기도 하다. 일본의 게임 업계는 잘 만들어진 생태계가 상호 존중과 이익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청소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 그들에게는 입시에 모든 것을 건 획일화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취업이 가능하고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만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컴퓨터공학이나 그래픽 분야에 우수한 청소년들이 쉽게 지원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업체는 어떤가. 이미 우리나라에는 콘솔게임의 근간이 되는 패키지 게임 개발업체는 거의 사라졌다. 아마 있다고 해도 콘솔 게임기를 만든다고 하면 불법 사행성 게임기를 만든다고 오해받는 상황이 벌이질 것이다. 그나마 온라인 개발업체들은 작은 한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해외에서 부족한 매출을 채우고 있다. 몇몇 큰 게임전문 회사를 제외하고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일은 그다지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 게임 개발사 가운데에는 다음달 혹은 올해 말을 기약하기가 힘들 정도로 재무상태가 불안한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년들이 떳떳하게 만화를 그리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풍토, 그리고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절대로 불안한 삶이 아니라 촉망받는 직업이라는 인식, 그리고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시각이 첨단산업, 미래의 고부가 산업이라는 인식 등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을 거쳐야만 이러한 생태계는 만들어질 수 있다. 분명 게임산업은 그 속성상 일정의 규제도 필요하다. 어린 청소년들을 위해서 폭력적인 게임이라던가 혹은 인터넷 도박과 같은 사행성 게임의 규제도 필요하다. 필요한 일은 계속해 나아가자. 그러나 규제와 지원을 혼동 혹은 연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노래·영화·드라마를 즐기듯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정부에서 예상하는 대로 가상현실 기반, 컴퓨터 그래픽이 화려한 다양한 형태의 게임과 융합형 콘텐츠를 즐기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에 얼마를 투자해서 언제까지 얼마의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으로 이 분야를 육성하고 젊은 학생들과 근로자, 중소 개발사들, 유통업자 그리고 다양한 투자자들이 함께 존중하고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