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5월 미국 애플이 직영 매장인 ‘애플스토어’를 열자 비관론이 쏟아졌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구매가 부상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잘 되겠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델이 PC를 온라인으로 팔아 일약 스타로 부상하던 때다. 게다가 소매시장에서 대형 유통 업체들과 관계가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손상을 입을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애플의 과감한 도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같은 해 11월 나온 아이팟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애플스토어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애플의 애플스토어 전략을 따라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문 매장을 두겠다고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소니도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미국에 열었다.
소니는 이미 소니스타일이라는 소매 매장을 미국에 40개 넘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연 매장은 소니스타일과는 다르다. 미국 케이블 방송 업체인 컴캐스트와 함께 매장을 마련했다는 점 외에도 단순한 제품 전시 및 판매가 아닌 새로운 기술 소개에 초점을 맞춰 기존 매장들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컴캐스트의 TV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는 소니의 신형 TV,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가정용 무선 전화기 등이 전시됐으며 또 100Mbps를 초고속 인터넷 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통신 서비스도 소개됐다.
소니와 컴캐스트는 애플스토어처럼 소비자들이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판매 증진도 꾀한다는 복안이다. 토니 워너 컴캐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전과 통신이 결합하는 미래 모습을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체험하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MS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X박스360, 준 등을 판매할 전문 매장 구축에 착수했다. MS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드림웍스애니메이션 임원 출신인 데이비드 포터 체인유통점 신임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매장 규모와 오픈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두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애플스토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이팟이라는 매력적인 제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제품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