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위기 이후 시대를 준비하자

[리더스포럼] 위기 이후 시대를 준비하자

  글로벌 경제 위기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변화와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세계는 위기 이후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21세기 세계화의 특징을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화된 개인의 소프트파워로 제시하고 있다. 진화된 통신기술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넘어 더 빠르고 더 전문화된 역량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소통하는 평평해진 세계. 이 평평함을 가능하게 한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아웃소싱’이다.

 인도의 아웃소싱산업은 미국의 산업 각 분야에 침투해 지금껏 산업화에 뒤처졌던 인도를 유무형 재화의 세계적 생산지로서 그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이고 단순·표준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째로 위탁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24시간 생산체계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권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인도와의 아웃소싱·인소싱 전략으로 자신의 핵심 역량을 한층 강화해 가고 있다. 더욱 무서운 움직임은 13억 노동력을 보유한 중국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에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인도의 벵갈루루를 중국 다롄에서 다시 목격했다고 술회했다. 우리와 50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 다롄에서는 매년 22개의 대학에서 20만명이 넘는 고급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고 영어·일본어·한국어에 능한 젊은 이공계 전공자들이 우리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낮은 임금과 중급 수준의 기술력으로 글로벌 IT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밤낮 없이 개발하고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다롄의 하이테크산업단지에는 IBM·HP·SAP·오라클·인텔 등 글로벌 리더가 이미 각각 수천명에 이르는 현지 개발자를 고용해 본사의 단순·표준화된 업무를 다롄으로 이관하고 있으며, 본사에서는 고도화된 미래전략 부문만을 수행하며 자사의 핵심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콜센터·회계관리·구매관리·시스템 운영관리 업무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일본을 뛰어넘어 글로벌기업과 경쟁할 토종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파장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리기업들이 긴축 경영으로 생존을 위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동안, 선진기업들은 중국·인도와 아웃소싱 전략으로 다가올 새 시대를 숨가쁘게 준비하고 있으며, 산업 후진국들은 새로운 지식경제 사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저임금 노동력을 발판으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IT기업들은 다가올 위기 이후의 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IT 강국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이제 한정적인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를 품에 안고 글로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볼 때다. 환율이 안정화되는 위기 이후의 시대에는 전 세계를 하나의 네크워크로 연결해 경영 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기업에 기회가 올 수 있다.

 특히 중국 동북지역의 다롄은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권이자 유능한 우리 동포들이 밀집돼 있는 중국 IT산업의 전략 요충지로서 우리에게 더 없이 유리한 지리적·문화적·경제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인도에 이어 중국 다롄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을 능가할 새로운 세계 경제 권력의 중심국가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전략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위기 이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기업에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최헌규 다우기술 부회장 hkchoi@dao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