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9년 평화` 깨지나

 반도체 칩 시장의 맞수 인텔과 AMD가 9년간 유지해온 ‘교차(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교차 라이선스 협정은 지난 2001년 두 회사가 x86 칩과 관련해 맺은 계약으로 AMD가 인텔의 x86 칩 디자인을 사용하는 대신에 인텔이 AMD의 칩 특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각) AP·C넷·IDG뉴스 등 주요 외신들은 인텔이 “AMD가 최근 제조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신설 법인이 양사간 맺은 교차 라이선스 협정을 위반했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한 경고장을 AMD 측에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인텔 측은 2001년 맺은 교차 라이선스 협정에 따라 AMD에 자사 x86 디자인을 이용한 칩 제조와 판매 권리를 부여했지만, 최근 AMD가 칩 제조부문을 분사해 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인베스트먼트컴퍼니(ATIC)와 세운 글로벌파운드리스에 이 권리를 이관했다며 이는 권리 이전을 제한한 당초 계약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설된 글로벌파운드리스가 AMD의 자회사가 아닌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교차 라이선스 협정에 따른 권리이관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무효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AMD 측은 분사된 회사가 AMD의 자회사인만큼 계약에 따른 권리를 동일하게 가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칩 설계에 집중하는 대신 제조 프로세스는 별도 회사로 옮길 것이라고 발표한 AMD는 이달 초 아부다비 정부가 소유한 투자회사 ATIC로부터 7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대신 글로벌파운드리스의 지분 55.6%를 내줬다. AMD와 ATIC는 글로벌파운드리스와 관련해 동일한 의결권을 갖기로 했다.

 인텔 측은 신설법인 문제가 AMD에 부여한 라이선스와 권리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고 ATIC와 거래과정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깼다며 양자간 계약내용의 일정부분을 공개할 것으로 요구했다.

 AMD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내용에 따르면 AMD는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인텔이 계약을 무효화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텔이 60일 후 계약 무효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진데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AMD 측은 “인텔의 이 같은 행보는 일본·한국·미국·유럽 등 전세계에서 직면한 반독점 조사의 초점을 흐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인텔의 오류는 물론이고 우리의 비즈니스를 방해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텔의 경고장 발송에 앞서 두 회사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지금도 중재를 통한 타결을 모색 중이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