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00억원 이상 매출실적을 올리는 기업을 중소기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무늬만 중소기업인 대기업 계열사를 퇴출시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환경은 단순하지 않다.
정부는 1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자기자본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중소기업에서 제외시키는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1500억원 매출이 넘으면 ‘실질적 대기업’으로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관계회사제도’가 도입돼, 관계회사 출자지분에 상당하는 근로자 수, 매출액 등을 합산해 중소기업 여부가 판단된다.
대기업이지만 지방에 독립법인을 만들고, 관급 공사를 독식해온 ‘가짜 중소기업’이 퇴출된다. 1000여개가 넘는 ‘가짜’가 쫓겨나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업종 환경에 맞춰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30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 현실과 거리가 있다. 잡아야 할 대상은 내수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무늬만 중소기업’이어야 했다. 조건대로라면 셋톱박스 업체와 정보가전 단말기업체, 부품업체 등 매출 1500억원을 넘는 중소 제조업은 대기업이 돼, 수출 및 세제 등 정부지원분야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원자재 상승과 외환위기, 키코 문제로 돈벌이가 급감한 회사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도 그 대상이다. 한 기업인은 ‘원화가치가 떨어진 지금 해외에서 조금만 벌어도 1500억원 매출을 넘는다’며 ‘수출을 하지 말라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 방침을 이해한다. 하지만 글로벌시대에 매출 1500억원으로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은 국내 중소기업이 아니라 100억달러 매출을 넘기는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는 넓고 큰 기업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