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의 L K 아드바니 총재는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이폰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블로그(blog.lkadvani.in)에 글을 올린다.
아드바니 총재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최신 IT 기기 덕분에 나의 정치 경력 60년 중 가장 열정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글에는 100여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오는 4월 중순 총선을 앞둔 인도 정치권이 젊은 유권자와 만나기 위한 통로로 온라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18일 로이터는 이제 막 사이버 정치에 눈을 뜬 인도 정치권의 신선한 변화에 주목했다.
◇인도는 사이버 정치 실험중=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BJP 선거 사무실에는 젊은 자원 봉사자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PC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선거 유세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다.
인도 선거 캠프들은 이처럼 온라인으로 선거 운동을 하거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선거 정보를 전달하고 후보자 블로그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로 직접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후보자들의 행보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연장자인 BJP 아드바니 총재 외에 소니아 간디 집권 연정 의장의 아들이자 네루-간디 가문의 ‘황태자’로 불려온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사무총장 역시 온라인 정치 운동의 핫 이슈다.
38세의 젊은 정치인답게 라훌 간디는 카메라 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을 부각시키면서 젊은층을 자연스럽게 ‘팬’으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에는 그의 지지자가 수천명을 넘어섰다.
인도 카시미르 주의 오마르 압둘라 총리(38)처럼 떠오르는 정치 스타들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지난해 그가 유튜브에 올린 연설 동영상은 5만5000명 이상이 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압둘라 총리 역시 페이스북 계정과 자신의 블로그를 적극 활용한다.
◇1억 젊은 넷심 잡아라=인도가 사이버 정치 실험에 푹 빠진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수년간 인터넷과 휴대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진 데다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 의식도 예전과 달리 한층 성숙해졌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정치의 성공 신화를 창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당선 사례와 지난해 11월 발생한 뭄바이 테러 등도 이같은 변화를 촉진시켰다는 것.
특히 IT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생활하는 25세 이하 유권자는 전체 7억 유권자 중 1억명에 달한다. 유무선 통신을 통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유권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비용절감·긍정적 이미지 부각=브랜드 컨설팅인 클로로필의 창업자인 키란 카랍은 “온라인 선거 운동은 광고를 하거나 오프라인 유세를 펼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유권자들을 만남으로써 한층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장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04년 인도 총선에서 도시 젊은 유권층의 투표율은 10%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 휴대폰 선거운동을 모티브로 한 광고를 제작한 타타 티의 산지타 탈와 국장은 “단순히 인기 동영상이나 블로그만으로 기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젊은층들의 한 표가 인도 정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온라인 정치 운동의 핵심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